Monday, April 25, 2011

두 갈래 길 앞에서

두 갈래 길 앞으로 다시 돌아왔다.

아니, 나는 새로운 길을 찾아 다시 걸어가고 있다. 다리는 벌써 힘차게 당신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지 오래 되었다. 팔은 당신을 보고, 내 손은 당신의 손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내 몸은 과거를 잊었다.

내 심장은, 아니, 나는 현재 심장이 없다. 내 심장이 있어야 할 곳에는 빈 공간과 풀어진 붉은색 실타래만 있을 뿐이다. 원래 단단하게 실타래로 뭉쳐지고 그 위에 철갑까지 덮어놓았던 내 심장은, 최근 4개월동안 다 헤어지고, 풀어지고, 없어졌다.

아니면 내 환상일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없었고 원래 내게 남아있었던 것은 몸이 요구하는 동물적인 욕구였을지도. 사회적으로 성공하는거는 그런거 하나면 충분하니까.

빈 공간을 채워넣고 싶다. 최근 3-4개월의 있었던 일들은 내 심장을 비게 하기 충분하다. 남은건 더 없다. 그냥 몸에 각인된 습관 뿐이다.

네가 나를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하지만 내가 오해할 여지를 많이 남겨놓았으니 그것도 당연하겠지.

붉은색 실타래는 다 풀어져서 사방으로 흩어져있다. 나는 원래 실타래를 다시 만들어 원상태에 복귀 한 뒤에 너에게 선물하려 했다. 하지만 이제 알겠다. 오늘 네 얼굴, 아직도 내가 과거에 묶여있다는 것에 대한 충격, 슬픔, 상처, 말을 안해도 충분히 느꼈다. 내가 만약 정말로 과거에 묶여있다면 지금 혼란스럽겠지. 그런데 그건 아니다.

확실히 알겠는거는, 나는 너에게 붉은색 실타래를 다시 찾아서 너에게 주면 안된다는거다. 그거야말로 땅에 질질 끌려다녔으니, 세월과 기억과 추억이라는 것이 같이 묻어나겠지.

난 너와 같이 새로운 실타래를 만들려고 한다. 이건 내게, 그리고 너에게 하는 약속이다.